삼체라는 외계문명과 교신에 성공하지만 그들은 400년 후에 지구를 침공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세계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과학 vs과학
원작소설을 보지는 못했지만 드라마를 보고 나니 관심이 갔습니다. 구할 수 있다면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단 이번 드라마의 내용은 현재 지구의 과학과 그보다 훨씬 뛰어난 외계의 과학기술의 대결입니다. 그 외계문명이 바로 삼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그들의 세계는 더 이상 유지가 힘들어졌고 지구침공은 살기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구에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0년입니다. 그들도 그 정도 시간이 흐르면 지구의 과학기술이 자신들보다 발달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체의 본진이 도착하기 전에 지자라는 양성자 컴퓨터를 지구에 보내어 지구인들의 과학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도록 방해를 하게 됩니다. 그 결과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현상들로 과학계는 혼란을 겪고 삼체숭배자들에 의해 위험이 될만한 과학자들을 제거합니다. 지구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죽이려고 한 과학자를 포함한 3명의 면벽자를 세워서 모든 것을 그들의 명령과 뜻대로 할 수 있게 만든 것, 인간의 뇌를 담은 정찰기를 보내는 거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중에 정찰기 작전은 실패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희망이 없는 상태로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시즌2가 제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고 재밌기는 했지만 역대 최고의 제작비를 들였다고 할만한 대작느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외계인
외계침공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실제 외계인의 모습은 끝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지구에 도착하려면 400년이나 걸린다는 설정입니다. 어찌 보면 현시점에 살고 있는 그 누구도 침공을 당할 때는 지구에 없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평생 동안 오지 않을 위험을 위해서 남은 인생을 바치려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로도 그럴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범하게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오래오래 장수하며 살아도 외계인은 아직 수백 년 후에나 오게 될 텐데,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주인공들도 크게 다른 생각은 아닌 듯 하지만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엄청난 프로젝트였던 정찰기를 날리기 위한 계단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도 절망은 잠깐이었고 곧바로 다음 일을 준비하는 모습은 멋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외계인 영화는 에일리언 같은 크리처물이지만 이런 류의 장르도 재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상상은 했겠지만 이렇게 까지 구체적이고 현식적으로 이야기를 만들다니 정말 대단한 작가인 것 같습니다.
느낀 점
저는 마지막에 나온 클래런스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삼체가 보낸 지자는 극 중반에 인간들을 향해서 너희들은 벌레다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전 세계가 목격한 그 말은 드라마 상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말을 전한 삼체인들에게 보내는 듯한 대사였습니다.
"사람들은 벌레를 싫어합니다. 없애려고 별짓을 다해 왔습니다. 비행기에서 살충제를 뿌리고 땅에 독을 심기도 하고 번식이 안되게 했습니다. 때려잡고, 지져 죽이고, 발로 뭉갭니다. 근데 둘러보십시오. 벌레는 안 죽습니다. 벌레들을 위하여!"
벌레라고 불리며 외계인들에게 무시를 당한 지구지만 아무리 포기하게 하려고 괴롭혀도 절대 멈추지 않을 거라는 각오가 담긴 명대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으로 드라마가 끝이나 버려서 찝찝하기도 합니다. 당장 시즌2 소식이 나와야 될 거 같은데 아쉽습니다. 예상보다 시청자 수가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조금 무리해서라도 만들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강이 되지만 손해 보는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저는 모르니까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 같기는 합니다.
일단 원작을 알고 보신 분들은 어떤 드라마가 될지 알았을 거라 재밌었겠지만 예고편을 보고 엄청난 블록버스터를 생각했다면 실망스러운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저같이 기대와는 달랐지만 나름 재밌었다고 느낀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실망은 안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