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한 골목에서 사는 가족들과 다섯 소꿉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1. 그때 그 시절
88년은 우리나라에게는 아주 특별한 해였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에 알리게 만들어 준 88 서울올림픽이 개최되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올림픽 개막식을 준비하는 시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월드콘이 300 원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으로 청년들에게는 어렴풋한 기억으로 아이들에게는 신기함으로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태어난 시기로 보면 응답하라 시리즈들 중에서 가장 공감하기 힘든 년도이지만 사는 곳이 시골이어서인지 이번 1988이 가장 공감이 가고 재밌었습니다. 다만 종이봉투에 싸인 통닭은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주가 즐겨보는 요술공주 밍키등의 만화들 그리고 옛날 추억의 과자, 비디오테이프, 부루마블, 분식집등은 다 겪어본 추억들입니다.
라디오를 잘 안 들어서 드라마상에 나오는 라디오방송이나 전혀 관심도 없었던 대학가요제 이야기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봤습니다. 시대에 맞춰서 OST도 옛날 곡들을 리메이크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재미요소가 있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정겨운 그 골목의 분위기입니다. 함께 웃고 떠들면서 뭐든지 나눠먹고 뭐든지 같이하면서 놀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2. 쌍문동 오인방
성덕선(혜리): 오인방의 홍일점입니다. 성도일 집안의 둘째 딸이며 언니는 보라고, 동생의 이름은 노을인데 자신의 이름은 덕선이라는 것에 불만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전교 999등으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이지만 항상 밝아서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인물입니다. 엄청나게 덜렁거리는 성격이라 집안의 가보인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정환이 맡긴 양주도 잃어 바리고 등교할 때는 도시락만 챙겨가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의 히로인이기 때문에 캐스팅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성덕선 그 자체였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김정환(류준열): 오인방에서 가장 까칠한 성격입니다. 남편후보 최종 2인에 들어갔을 정도로 덕선이를 좋아했던 인물입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의외로 친구들을 잘 챙기는 스타일입니다. 담배만 안 피우면 착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상에서 94년도에는 공군장교였습니다.
최택(박보검): 세계적인 바둑기사입니다. 가장 늦게 오인방에 합류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 별명은 희동이나 천연기념물입니다. 바둑기사 특유의 예민함으로 인해서 잠을 잘 못 자서 약을 달고 살고 담배도 피웁니다. 덕선이의 남편으로 밝혀집니다.
성선우(고경표): 공부도 잘하고 효자인 일명 쌍문동의 참인간입니다. 쌍문고등학교 전교회장이자 학급반장입니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어린 동생도 잘 챙깁니다. 드라마 초반에 덕선은 선우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 착각했다가 보라에게 고백하는 것을 보고 절망합니다. 결국에 선우는 보라와 결혼하게 되고 94년도에 의과대학에 있던 걸로 봐서 의사가 되었을 걸로 예상됩니다.
류동룡(이동휘): 오인방에서 덕선이와 더불어 공부를 포기한 인물입니다. 이름 때문에 별명은 도롱뇽으로 불립니다. 영어단어는 못 외우지만 춤은 한 번 보면 거의 다 따라 할 수 있는 타고난 춤꾼입니다. 공부는 못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해법을 제시해 주는 해법선생입니다. 아버지가 쌍문고등학교의 학생주임이지만 자주 일탈을 합니다. 무관심한 부모님 때문에 반항심리로 가출을 하지만 집에서는 아무도 모를 정도로 안타까운 가정환경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3. 응답하라 시리즈
1997과 1994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입니다. 이우정작가도 그렇고 신원호 PD도 그렇고 예능 프로그램을 하던 사람들이라 일반적인 드라마 제작방식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레트로 드라마라는 장르로서 모든 시리즈가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 시리즈의 인물들이 후속작의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세계관을 하나로 통합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전 작의 주인공들의 출연은 색다른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여고괴담 시리즈처럼 덜 유명한 연기자나 아이돌들을 캐스팅해서 스타가 되기 위한 등용문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인기가 오래가지 않았고 응답하라에서 만큼의 존재감이나 연기력을 선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하튼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 시대의 감성을 잘 살린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예능출신 제작진이 만든 작품답게 염소울음소리 같은 효과음도 적절하게 사용하여 기존과는 결이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