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현수는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아버지 택시를 몰래 타고 나갔다가 잠깐 정차한 사이에 여자손님을 태우게 됩니다. 그 홍국화라는 여자에게 끌려 그녀의 집까지 따라가게 되고 함께 밤을 보내게 됩니다. 잠을 깨고 보니 여자는 죽어있었고 당황한 현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우왕좌왕하다가 온갖 증거들을 다 남기고 도망치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경찰에게 금방 잡히게 되고 퇴직이 얼마 안 남은 박상범 형사는 사건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대기업 관리직으로 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현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천식환자용 네뷸라이저를 현장에서 발견하고서도 증거품에서 삭제해 버립니다. 우연히 경찰서에 들른 신중한 변호사가 현수의 변호를 맡아주기로 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이 일이 이슈가 되자 대형로펌에서도 변호를 맡아주겠다면서 자백만 하면 형량을 최대한 줄여주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수는 거절하고 끝가지 결백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교도소 생활이 길어지면서 점점 희망을 잃어버리고 다른 범죄자들과 비슷해져 갑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결국에는 신중한 변호사가 진범을 찾아내고 현수는 자유의 몸이 됩니다.
나름 흥미롭고 재밌게 봤지만 전개가 답답한 게 아니라 김수현이 갑갑한 현수 연기를 너무 잘해서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등장인물
김현수(김수현): 드라마 역사상 상위권에 들 정도의 갑갑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홍국화를 생각 없이 따라갔다가 살인자 누명을 쓰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것도 쓸데없는 똥고집까지 있어서 정말 시청자를 화나게 하는 인물입니다. 거기다 교도소에서 도지태라는 실세를 만나 불량해져서 신중한에게 막대하는 것도 참 보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평범하고 순진한 학생이 갑자기 살인자로 몰리면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신중한(차승원): 심각한 아토피를 가지고 있는 삼류 변호사입니다. 저렴한 변호사 비용으로 많은 사건을 맡는 인물입니다. 워낙에 정이 많고 나름 정의감이 있어서 돈을 못 받고도 사건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현수 본인도 포기를 할 때에도 유일하게 현수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범인을 찾아낸 인물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호감 가는 인물입니다.
-정의의 여신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장면은 신중한 변호사가 초등학교에 가서 정의의 여신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여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는 사람의 외모나 지위나 재산을 보지 않고 오직 죄의 무게로만 판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주 당연하고 누구나 알만한 내용이지만 그 당연한 일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것도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지식으로 알고 있는 개념이라도 항상 반복해서 숙지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죄를 지으면은 아무리 대기업 회장이라도 벌을 받아야 하고 재벌이든 검사든 국회의원이든 심지어 대통령이라도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입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도 나랏일을 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라고 변호해 주고 대기업이 나라에 많은 일을 했으니까 그 정도 잘못은 봐줘야지라고 하는 등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드라마 속의 신중한 변호사의 말처럼 법은 선별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에 일반인인 현수가 아니라 국회의원 아들이 저런 누명을 썼다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범을 밝혔을 겁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그냥 재밌었다가 아니라 법은 누구에게나 올바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
이 드라마는 영국 BBC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미국과 인도에 이어서 세 번째로 제작된 리메이크작입니다. 크리미널 저스티스는 사법 정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하나의 재판을 두고 부조리한 사법 제도를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쿠팡 플레이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로 이용자수가 90만 명 이상 증가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드라마 자체가 워낙에 답답하고 찝찝한 면이 있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입니다. 전체 8부작의 드라마이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입니다. 마지막에 김현수처럼 경찰서에 잡혀있는 김유정에게 신중한 변호사가 명함을 주면서 끝이 났기 때문에 시즌2가 나오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있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서는 후속작은 없는 걸로 보입니다.